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이 다 지나갔다
지적장애로 진단 받은 아이는 일반학교에 다닌다
사회성은 좋아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데
또래보다는 주로 어른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자기 주변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쉼없이 조잘댄다.
시험기간이라도 선생님을 만나러 와야 한다고 하면
왜 시험공부를 못하게 하느냐고 따진다.
시험공부를 하는 시간 중 1시간을 내어서 오라고 하면 왜 공부를 못하게 하느냐고 화를 낸다.
어머님과 상담도 하고 설득도 해 보았으나
아이는
다른 아이들 처럼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려 주변 사람을 매우 힘들게 하였다
왜 이럴까?
아이 스스로도 시험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 또래의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으로 다른 아이들의 생활을 흉내내는 건 아닌지
내 생각이 맞다면
아이는 자기의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우리나라의 특수교육법에 무상의무교육기간은 정해져 있다
이 아이가 지금과 같은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2년 남짓
나는 생각한다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자기가 살고 싶은 인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록 특수교육대상자일지라도
나는 고민 끝에 아이들과 장애이해 수업을 하기로 하였다
장애이해
많이 들어본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확하게 장애이해란 말의 의미를 모른다고 생각한다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보면 우리 아이들 조차도 장애인이라고 놀리는 일은 별로 놀랍지 않은 일이다.
일반학교 도움반에서 특수교육 서비스를 받는 학생들은
자기는 장애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럼 왜 복지관과 여러 치료실에 다니며 치료적 도움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물어보면
아이는 모른다고 일축해 버린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특수교육을 받고 여러 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잘 알기 위함이 아닌가?
잘 알고 꼭 필요한 도움을 받아서 자립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 아이들은 새로운 것은 받아들일 때 많은 시간과 노력과 수고가 뒤따라야 한다.
내가 어떤 존재인가를 바로 받아들일 때 이런 노력과 수고가 헛되지 않을거라 믿는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정체성에 대한 것은 장애,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는다
자아확립이 되어 있을 때 비로소 행복이란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빠는 장애인이 아니라 하고
엄마는 장애인이라 하고
아이는 때에 따라 선택적으로 말을 바꾸며
성인기를 위한 준비에서 선생님들과 많은 부분 씨름을 하며 힘을 뺀다.
조심스럽게 접근한 장애이해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변화를 읽으며 어찌되었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기를 바랬다.
그 어떤 치료보다도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 않을까?
4차시에 걸쳐 진행한 장애이해시간을 통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나는 어떤 존재인가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면
앞으로 이어질 수업에 희망이 있다고 보고
더 많은 자료와 준비를 통해
아이들이 긍정즉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