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5회 차>
마지막 상담 시간이 되었다. 상담시간을 다 채우고 마지막 시간을 맞이한 K군을 칭찬하기 위해 ‘목소리가 참 좋아요.’ 하니까 바로 ‘감사해요. 최고에요.’ 하며 오히려 나를 칭찬해주었다.
이렇게 그 때 그때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 그동안 왜 못하는 척하고 살았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제 꿈이구요. 제 생각이에요. 못하는 척하고 살았어요.’ 라고 답하였다. 이유를 설명해 보자고 하였더니 재차 ‘제 생각. 제 꿈이에요.’ 라고 하였다. 직장에서 일할 때에도 이런 훌륭한 모습이 나오는지 물었더니 ‘안 나왔어요.’ 하는데 하고 싶은 마음만 앞섰지 실생활에서의 경험부족으로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듯 보였다.
마지막 상담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직장 생활이 어떤지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었다. 상담의 이유인 직장생활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괜찮았어요. 힘들었어요.’ 라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는 모습을 보고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키고 나서 K군의 꿈은 못하는 척하고 사는 것인지 재차 물었더니 ‘네, 맞아요. 저도 몰랐어요.’ 라고 말하였다. 결국 지금까지는 못하는 척하면서 자기 고집만을 피우느라고 손해를 많이 보면서 살았던 것을 알 수 있는 대답이었다. 앞으로는 못하는 척 하지 말고 잘해야 한다고 하였더니 동의하고 끄덕였다. ‘잘 하려면 자기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니 ‘꼭 이겨내고 싶었어요.’ 라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장 담당 실장님의 도움이 필요한데 지금 했던 이런 얘기를 직장 담당 실장님에게 해도 될지 의견을 물었더니 처음에는 ‘행정실 직원이 있어서 불편해지니까 입장이 곤란해져요.’ 라며 얘기를 하지 않아도 잘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상담자는 K군의 말에 동의하고 비밀을 지키기로 하였다.
대화 중, 오늘이 마지막 상담임을 고지하였고 헤어짐을 생각하고 시간을 정리하고자 딕훼밀리의 ‘또 만나요’ 란 노래를 틀어서 함께 불러보았다. ‘졸업노래랑 비슷하잖아요. 다음에 다시 만나요 ㅎㅎ’ 하며 다시 만날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내년쯤에 또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고마운 일이다. 다시 만날 때까지 어떻게 지낼 것인지 물었더니 K군은 직장일인 청소를 하면서 지내겠다고 하였다. 훌륭하다고 칭찬하였더니 안 훌륭하다며 배운 것을 안 해 주는 것에 대해 섭섭함을 표시하였다. 그렇다. K군이 학교에 다니면서 접했던 다양한 진로 관련 경험이 실제 직업 현장에서는 도외시되었던 것을 K군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잘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청소(환경미화원)는 싫어요. 더 이상은 안 되겠어요. 비밀을 하지 않겠어요.’ 라고 말을 해서 상담을 받으면서 알게 된 K군의 생각을 실장님한테 얘기하면 어떨까 하고 재차 생각을 물었더니 지금 얘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실장님과 직장 동료들에게 상담 받았던 내용들을 알리는 것은 K군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지금처럼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싶은 바램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K군이 이렇게까지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는 상담 시간이 너무도 귀했다. ‘다시 만날 수 있을 때까지 잘 지내볼게요.’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상담 5회 차에서는 당사자가 원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고 다음 만날 때까지 잘 지내보겠노라고 본인의 입으로 다짐을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K군의 그동안의 외로움이 느껴졌고 소통의 욕구가 있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당사자가 제시하는 직장생활 전반의 어려움의 진위를 밝혀 지속적으로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상담을 진행한 결과 K군은 스스로 감추고 있었던 모습에 대해 상담 과정을 통해 일부 인정하게 되었고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하겠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자폐성장애의 특성 상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다. 따라서 원만한 직장생활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비롯하여 함께 일하는 직장 상사 및 동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강력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며 직장 내에서도 장애이해 교육 등을 통해 당사자의 행동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소통방식을 활용하는 등 당사자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상담자의 관점을 견지하며 진행했던 상담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