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그림을 아주 예술적으로 그렸다.
한번 시작하면 연필 잡은 손을 떼지 않고 1부터 10가지 붙여 쓰거나 그 날 그 날의 일을 그림으로 그렸다.
주로 사용하는 캐릭터는 해리포터 였다.
높은 계단의 꼭대기에 항상 해리포터가 있었다.
◎◎는 그림으로 엄마와 소통하였다.
엄마는 ◎◎의 그림을 보며 그날 그날의 기분과 있었던 일에 대해 정보를 얻는다고 하셨다.
또 ◎◎가 하기 싫은 것에 대해서는
" ~~~ 싫어."하며 애원하듯이 말하다가 관철되지 않으면 인상을 쓰면서 마구 뛰어다니기도 하였다.
또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였다.
의자에 앉으라고 하면 배를 쑥 내밀고 어쩔 수 없이 앉아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세로 버티기도 하였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엉덩이 붙이고 똑바로 앉아요."하면 미동도 하지 않는다.
여러 번의 반복 끝에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엉덩이 붙여."
그랬더니
◎◎는 갑자기 큰소리로
"엉덩이 붙여." 하며 바른 자세로 앉았다.
미동도 하지 않던 아이가 그 말에 반응하며 바른 자세로 앉았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장애가 아무리 심할 지라도 자기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그 날 이후로
◎◎가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을 때는
"엉덩이 붙여." 라고 말하면서 시작을 하였다.
아마도 "엉덩이 붙여."하는 소리가 재미가 있었는지
아무 곳에서나 수시로 "엉덩이 붙여."란 말을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의 하는 말 속에서 그 아이들 주변인들의 말투나 감정 등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아이들을 대할 때는 언제나 경어를 사용하여 아이들 언어생활의 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점심시간이었다.
우리는 교무실에서 배식을 받는데 ◎◎앞에 교장 선생님이 계셨다.
◎◎가 갑자기 큰 소리로
"엉덩이 붙여." 하니
교장 선생님께서 깜짝 놀라 ◎◎를 쳐다보시며 "그 녀석."하신다.
나는 속으로 너무 죄송했다.
왜 그 시간 그 곳에서 ◎◎는 "엉덩이 붙여." 란 말을 했을까?
그곳에 계시던 모든 선생님들이 웃었다.
그 웃음에는 아마도 여러 의미가 있었으리라.
그리고 나는 아이들 앞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란 말을 실감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