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가 마라톤 경기의 거리를 알고 있었다면 점자로 읽는 것이 아니라 아는 대로 읽었을 것이니
불확실한 채로 넘어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
오히려
★에게는 점자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다행이었다.
위 아동은 특수학급에서 일할 때 만났던 시각장애 아동이었다.
특수학급에서 전맹의 시각장애 아동을 만나는 일은 정말로 드문 일이었다.
.
국어 시간이었다.
시를 감상하는 대목이었는데
점자책에서
시를 읽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문장의 의미가 함축되고 생략되고......
짧은 시 한편을 다 읽지도 못했는데 종이 쳤다.
아이는
이제 해방이다.
밝은 얼굴로 일어선다.
여기서 끝낼 것인가?
다음 시간의 수업내용에 대한 예고를 했다.
시를 외워서 써 보기로
과연 40분안에 시를 외워서 쓸 수 있을까?
다시 국어 시간이다.
지난 시간에 읽었던 시를 외워 보기로 했는데 40분으로는 턱도 없었다
2교시부터 시작한 시 외우기는 4교시를 지나
점심시간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될듯 될듯
안되는 시 외우기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공부가 아무리 중요하다가 밥까지 굶겨가며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보조쌤한테
★의 식판은 따로 놔두라 부탁하고
아이를 협박했다.
조금 후에 점심시간은 끝나고 오늘 점심은 굶게 될거라고..........
바로 그 때
아이는 다 외웠다고 하며 자기가 쓴 시를 읽는데 완벽했다.
그렇게 다 외울 수 있는데 3시간 동안 버티기를 한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빨리가면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쏜살같이 교실로 향하는 ★
보조쌤한테 아이가 교실에 잘 갔는지 확인을 부탁했는데
바로 뒤따라 갔는데
벌써 밥을 먹고 있더란다 ㅋㅋ
전맹의 아동이 도움반보다 한 층위의 교실을 그렇게도 빨리 갈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십니까?
장애가 아무리 우리를 죄절시킨다고 해도
진정 아이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다가가면
아이는 그런 나의 마음을 알고
자기의 마음도 열어 보여 준다.
바로 그 때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시간인 것이라고 믿는다.
교사, 치료사,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장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가지고 있을 때
비로서 아이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시간을 아껴가며 제공할 수 있고
작다 하더라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