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통으로 나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던 이 청년은
자기를 가르쳤던 선생님을 찾는 일에 재미가 났나보다.
아무개, 아무개 선생님을 찾았다고 전화를 해서는 자랑이 늘어졌다.
요즘 들어 센터의 일로 전화 통화가 많아지고 상담할 일이 많아져서 울리는 전화를 미처 다 받지 못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이 청년과의 전화의 내용은 대충 안부를 물어보는 일과 아무개 선생님을 찾았다는 얘기로 압축되고 ...... 그래서 받지 못한 전화를 그냥 넘겼는데 어제 점심시간 무렵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통 왔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차를 고치러 카센터에 가는 중이었는데.......
아무개라는 사람을 아느냐고? 지금 센터 앞에 왔는데 문이 잠겨 있다고.......
이 청년이 나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바꿔달라고 하고 통화를 하는데
선~~생~~님~~
왜~~ 내~~전~화~~ 안 ~받아요?~~~
선생님이 자기 전화를 안 받아서 따지러 왔다는 얘기를 한다.
나는 놀랍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 청년의 집은 중계동쯤으로 기억하는데 자기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 화가 나서 따지러 왔다는 말을 한다.
나는 요즘 많이 바빠서 전화를 못 받을 때도 있다고 설명을 하였다.
그런데도 아이는 믿지를 못하는 눈치였다. 자기를 피하는 거 아니냐고???
이 청년의 예의 없는 말에 나는 더 화가 났다.
네가 여기에 온 것을 엄마가 이시냐고 물어 보았다.
모른다고 했다.
엄마에게 말씀드린다 했더니 그러지 말라고 한다. 자기가 잘못했다고.....
몸은 비록 장애가 있지만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정도의 능력을 가진 이 청년이 놀라웠다.
아이들을 교육할 때 바라는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인데
막상 그 상황이 되니 무척 당황스러웠다.
옛날의 내가 아니라는 말과 합께
이 청년은 계속해서 왜 자기의 전화를 안 받았는지에 대해 물었다.
나는 조금 엄한 목소리로 나의 상황에 대한 설명과 그것 때문에 연락도 없이 선생님이 일하는 곳으로 무작정 찾아오는 행동은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 재차 설명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차를 고쳐야 하기 때문에 센터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고 혼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오늘은 그냥 돌아가야 하겠다고 하고 집에 도착하면 전화를 하라는 말을 했더니 알았다고 하며 죄송한데 아무개 선생님을 아느냐고 물어 본다.
모른다 하니 그대로 전화는 끊어졌다.
자기 할 말만 다하고는 전화를 끊은 것이다. 이것도 예의 없는 행동으로 대화할 때는 자기 나름대로 예의를 갖추려 애쓰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데 모두 다 이 청년의 모습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날 밤 11시가 다 되어서 이 청년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왜 이렇게 늦게 전화를 했는지 물어보니 교보문고에 들려서 책을 보고 왔다는 말을 한다.
나는 걱정할 것이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기의 생각대로 행동할 줄 알고 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추진할 수도 있는 어엿한 성인의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