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이 있어서 빗 속을 뚫고 지하철을 탔다.
오랜만에 타보는 지하철.
편하기도 하였지만 갈아타는 동선이 너무 길어 두리번 거리며 잘 찾아가려고 애
를 썼다.
9호선에서 3호선으로 다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가 폰을 검색하고 았었다.
손 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나는 단박에 그 친구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얼굴을 봤다.
그 아가씨는 삼육재활학교 재직시절 가르쳤던 제자중의 하나였다.
모습이 변하지 않아 알아볼 수가 있었지만 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레 그 아가씨를 불렀다.
`아가씨!`
얼굴을 돌려 나를 쳐다본다.
그리곤 갑자기 큰소리로 `선생님, 안녕하세요?` 한다.
순간 지하철 안의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 본다. 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가워서 난리다.
`이름이 뭐지?`
` 0 0 0 에요.`
그래 맞다.
세월이 참 많이 흐른 것 같은데 기억나는 얼굴, 이름들이 있다.
참 신기했다.
어떻게 이렇게 지하철 안에서 몇십년된 인연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근황을 이것 저것 물어보니 대학공부를 마치고 장애인 직업알선해 주는 곳으로
일자리를 찾아간단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설명하며 잘 할 수 있다고 자랑한다.
컴퓨터 워드 작업과 엑셀, 포트폴리오, PPT자료 등을 ths수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이 넘 보기 좋았다.
지갑을 뒤져 명함을 한장 건넸다.
좋은 소식 가지고 통화하자고.......
그 친구는 삼성역에서 내렸다.
안녕히 가시라고 계속 인사를 하면서
호호의 이름으로 일을 하면서 만나는 옛날 제자들과의 만남은 나를 매우 기분 좋게 만든다.
그 아이들이 기억해 주는 것이 고맙고 또 옛날에는 스승과 제자사이가 요즘과는 매우 다르다는 사실이다.
비록 장애가 있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지고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너무도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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