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답답한 일이다.
언제나 고개를 푹 숙이고 행동이 어눌한 ★는 전 맹의 시각장애아였다.
음악적인 감각은 있어서 음악시간에는 얼굴 표정이 매우 밝아졌다.
목소리도 매우 좋은 편이었다.
일반 초등학교 특수학급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는 벌써 5학년이다.
시각 장애아동이 세상과 접촉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점자를 익히는 일이다.
정안 아동의 학습준비 단계는 문자, 수에 대한 기본 개념을 익히고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다.
시각장애 아동의 경우에도 문자해득은 필수 사항이다.
그런데 점자는 수가 굉장히 많고 매우 복잡하다.
시각장애아동이 시각장애 특수학교에 입학하여 초등 1학년에서 필수로 이수해야할 것은 점자를 완벽하게 익히는 일이다.
그런데 ★는 일반학교 5학년에 재학하면서 점자를 부분적으로 알고 있었고 그나마 익힌 점자를 활용해서 수업할 환경이 되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게 점자 해득을 못한 상태로 일반아동들과 어울려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도움반 수업시간에는 점자책을 읽기로 했다.
점자책은 일반 교과서에 비해 4~5배의 두께이고 무게도 상당했다.
나는 읽기교과서를 펴고 ★와 함께 읽기 시작했다.
물론 읽는 속도는 엄청 느렸고 확실하게 해득이 안 된 점자 실력이었으니 읽는 속도도 엄청 느렸다.
수업 끝나는 종은 왜 이리 빨리 울리는지.......
그래도 우리는 매 수업 시간마다 읽었고 모르는 내용에 대해 질문하고 숙제를 내면서 공부를 하였다.
하루는 마라톤 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는데 ★는 마라톤 경기의 거리를 모르고 있었다.
42.195km
이것을 점자로 읽기 위해 나는 점자표를 찾아가며 읽으려고 했으나 숫자와 소숫 점과 길이의 단위가 나오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읽으려 해도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는 한 10여분 만에 42.195km를 읽었다.
나는 반복해서 다시 읽어 보도록 했고 ★는 마라톤 경기의 거리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만약에 ★가 마라톤 경기의 거리를 알고 있었다면 불확실한 채로 넘어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 오히려 ★에게는 점자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다행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