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K군의 이야기
20대인 K군의 장애는 2급 자폐성장애다.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어 7년째 근무 중인 직장인이다. K군의 장애가 자폐성장애인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K군은 계속 같은 문제를 가지고 상담을 요청하고 거부하기를 반복하면서 직업교육센터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듯 보였다. 현재는 청소 일을 하고 있는데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다른 일을 맡겨보려고 당사자에게 제안을 하였으나 거절하였다고 하였다. 담당자가 파악한 K군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협력해서 일 하는 것을 힘들어 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자기만의 강한 규칙성을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며 둘째,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 중에 있다고 하였다.
상담을 위한 사전 만남에서 K군은 갑자기 더 이상 상담은 받지 않겠다고 선수를 치면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쏟아냈고 잠시 후 다른 일을 하겠다는 자기 고집만을 내세우며 횡설수설 하였는데 이것은 전형적으로 보이는 자폐성장애의 특성 중의 하나이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K군은 점차 자기의 속내를 드러내며 수다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다음은 회기별 상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사전면담 시>
K군은 처음 만나자마자 다른 사람이 말 할 틈도 주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 경쟁하듯이 쏟아내었다. 그 내용은 아주 평범한 K군의 일상의 이야기였다.
더 이상 집에 혼자 있을 수는 없고 일을 해야 하지만 너무 늦어서 아직 준비를 못했고 아직은 말을 못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설명하고 잘 하고 있으면서도 말로는 ‘아직은 말을 못한다.’는 표현을 했는데 지금까지 자주 들어왔던 말인 듯하였다. 또 할머니는 밥 먹으라고 계속 잔소리를 하는데 본인은 더 이상 살 찔 수 없기 때문에 다이어트할 거라는 의지를 드러내었고 독립을 하고 싶지만 집이 비싸고, 면허증도 없어서 운전도 못 한다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 똑 부러졌다. 할머니가 잔소리를 많이 한다고 해서 같이 살기가 어려워하는 듯하여 할머니를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질문을 하였더니 ‘할머니가 잘해 주세요.’ 라고 답을 하였다. 그렇다면 ‘할머니가 잔소리가 많아서 같이 살기가 어려워.’라는 말은 왜 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정신없이 자기 얘기를 쏟아놓던 K군은 갑자기 일어나서 가방을 챙기면서 ‘상담을 그만할게요.’ 하면서 나가려고 하였다. 상담을 해봤자 뾰족한 수가 있겠나 싶은 마음에서였을까. K군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자 ‘그만하고 싶으면 가도 된다.’ 고 하였더니 나가려던 행동을 멈추고 머뭇거렸다. 잠시 침묵으로 시간을 보낸 후 할 이야기가 있으면 계속 해 보라고 하였더니 다시 앉아서 계속 자기의 이야기를 하였다. 처음 만나자마자 보였던 것과 같은 양상으로 ‘스스로 취미를 못 찾아서 취미를 갖고 싶다. 이력서랑 증명사진 준비해야 해. 알바하려고.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야. 말을 하고 나서 기분이 조금 좋았어요.’ 라고 하였다.
이런 장면은 지금까지 K군이 상담을 받으면서 많이 연출하였던 장면인 듯하였다. 아마도 K군이 상담 거부의사를 밝혔을 때 보통은 당황하면서 K군이 상담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마음을 돌려보려는 노력을 하였을 것이다. ‘가고 싶으면 가도 된다.’는 상담자의 단호한 대응에 오히려 K군이 당황한 듯 보였다. 초기상담을 마치고 K군을 담당하고 있는 팀장의 말을 들어보았다. 현재는 청소 일을 하고 있는데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다른 일을 맡겨보려고 당사자에게 제안을 하였으나 거절하였다고 하였다. K군의 상담을 통해 현재 보이고 있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회기 당 40여분 정도로 하여 총 5회기의 상담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상담 1회 차>
첫 상담하는 날이다. 그러나 약속한 상담시간이 거의 끝날 때까지 K군은 오지 않았다. 상담 진행이 어렵겠구나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나타난 K군은 일방적으로 ‘할머니, 상담 취소하러 왔어요. 할머니는 좋은데 잔소리는 안 듣고 싶어.’ 라며 자기 얘기의 요점만을 쏟아놓았다(여기서 할머니는 상담자를 지칭함). 늦은 것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도 없이 자기의 생각만을 쏟아내는 것은 자폐성장애인의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관심과 활동에 의한 의사소통 방식이라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상담하러 와서는 상담자를 할머니로 지칭하는 것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K군에게는 친근함을 드러내는 표현인 것 같아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하였다. 질문을 하면 ‘아니오’라고 답을 해야 하는데 계속 ‘없어요’란 표현을 써서 대화를 진행해 가면서 점차 시정하기로 하였다. K군이 상담을 거절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 상담할 때 뭐가 힘들었는지 물었다. K군은 질문을 받자마자 모범답안이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센터에서 연수받는 게 힘들었어. 퐁당퐁당～～ 노래 부르기도 싫고, 센터로 가라고 하는 말을 듣는 것이 힘들었다고.’ 하면서 자기의 직업에 대해서보다는 오히려 부수적인 것에 대해 핑계를 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상담자는 K군과 대화를 하면서 ○○씨라고 부르는 것보다 이름을 부르고 싶다고 제안을 하였다. 흔쾌히 ‘좋아요.’하며 허락하였다. 이 모습을 보면서 ‘상담은 지속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상담 1회 차에 알게 된 K군의 행동특성은 실제내용 보다는 형식적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핑계대면서 상황을 자기 편리한 쪽으로 주도하려는 것이 강하고, 사람들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르기를 거부하기 위해 핑계를 대는 등 부정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이로 인해 K군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 호감으로 내처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